본문 바로가기
일상_이것저것/주절주절

따옴바와 호두 한줌

by SOGUL 2023. 8. 21.

에어컨이 고장난 고깃집에서 뜨거운 회식을 했다.
회식이 끝나고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샀다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역까지 걸어가야지'
 
맛있어 보이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골랐는데.... 세상에나.  한개에 2000원...!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날은 덥고 다른 것 고르긴 귀찮고....
그냥 구매했다.
 
그런데
' 손님, 이거 1+1이에요.'
' 그럼 가면서 하나 더 들고 갈게요.'
 
그럼 한 개에 천원이니 엄청 비싸진 않네. 라는 생각을 했지만
퇴근 길에 역까지 걸어가면서 먹으려던 아이스크림이 두 개나 되어버렸다.
회사에 올라가 냉동실에 넣어둘까 생각했지만 이미 회사 건물과는 멀어졌다.
 
'그냥 가다가 아무나 줘야겠다' 하고 생각하며 두리번 거렸다.
'강아지와 산책나온 저 분께 드릴까? 벤치에 앉아있는 저 분?
안 드신다고 하면 어떡하지? 요즘에는 특히 수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그냥 빨리 다 먹을까. 아 귀찮아.....'
 
하고 생각하며 걸어가는데 불쑥,
 
'저기, 그거 이름이 뭐에요?'
 
어떤 여자분이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불쑥 말을 걸어왔다.
 
나는 조금 놀랐지만 아이스크림의 이름을 알려드렸다.
 
'이거 따옴바라는건데....음...하나 드실래요?'
라고 했더니 너무나 기뻐하며
 
'정말요 ? 그래도 되나요?'  하셨다.
 
나는 '네. 1+1 이라서요. 드세요' 하고 인사를 하고 멀어지는데
잠시 후에 뒤에서 나를 다시 불렀다.
 
'아가씨~'
 
뒤돌아보니 여자분이 가방에서 뭔가를 뒤적거리며 따라오고 계셨다.
 
'이거 하나 집어가세요' 하며 내 손에 뭔가를 가득 쥐어주셨다.
호두였다.
'머리 좋아져요!' 라며 밝게 웃으셨다.
 
나는 그저 1+1으로 생긴 처치곤란의 아이스크림을
마침 말을 거셨길래 하나 드렸을 뿐인데.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하고  헤어지고는 지하철에 탔다
 
 
집에 가는 내내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다
 
더운 퇴근 길에 시원하게 먹으려고 산 아이스크림이 한 개 더 생겨버렸고.
누군가에게 주어야겠다 생각했는데 마침 아이스크림의 이름을 물어오던 분께 드릴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또 그 분은 무척이나 고맙게 아이스크림을 받으셨고, 나는 그게 또 좋았다.
호두를 주려고 더운 날 쫓아와 다시 나를 불러준 마음도 참 좋았다.
 
특별한 하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