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이 고장난 고깃집에서 뜨거운 회식을 했다.
회식이 끝나고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샀다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역까지 걸어가야지'
맛있어 보이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골랐는데.... 세상에나. 한개에 2000원...!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날은 덥고 다른 것 고르긴 귀찮고....
그냥 구매했다.
그런데
' 손님, 이거 1+1이에요.'
' 그럼 가면서 하나 더 들고 갈게요.'
그럼 한 개에 천원이니 엄청 비싸진 않네. 라는 생각을 했지만
퇴근 길에 역까지 걸어가면서 먹으려던 아이스크림이 두 개나 되어버렸다.
회사에 올라가 냉동실에 넣어둘까 생각했지만 이미 회사 건물과는 멀어졌다.
'그냥 가다가 아무나 줘야겠다' 하고 생각하며 두리번 거렸다.
'강아지와 산책나온 저 분께 드릴까? 벤치에 앉아있는 저 분?
안 드신다고 하면 어떡하지? 요즘에는 특히 수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그냥 빨리 다 먹을까. 아 귀찮아.....'
하고 생각하며 걸어가는데 불쑥,
'저기, 그거 이름이 뭐에요?'
어떤 여자분이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불쑥 말을 걸어왔다.
나는 조금 놀랐지만 아이스크림의 이름을 알려드렸다.
'이거 따옴바라는건데....음...하나 드실래요?'
라고 했더니 너무나 기뻐하며
'정말요 ? 그래도 되나요?' 하셨다.
나는 '네. 1+1 이라서요. 드세요' 하고 인사를 하고 멀어지는데
잠시 후에 뒤에서 나를 다시 불렀다.
'아가씨~'
뒤돌아보니 여자분이 가방에서 뭔가를 뒤적거리며 따라오고 계셨다.
'이거 하나 집어가세요' 하며 내 손에 뭔가를 가득 쥐어주셨다.
호두였다.
'머리 좋아져요!' 라며 밝게 웃으셨다.
나는 그저 1+1으로 생긴 처치곤란의 아이스크림을
마침 말을 거셨길래 하나 드렸을 뿐인데.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하고 헤어지고는 지하철에 탔다
집에 가는 내내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다
더운 퇴근 길에 시원하게 먹으려고 산 아이스크림이 한 개 더 생겨버렸고.
누군가에게 주어야겠다 생각했는데 마침 아이스크림의 이름을 물어오던 분께 드릴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또 그 분은 무척이나 고맙게 아이스크림을 받으셨고, 나는 그게 또 좋았다.
호두를 주려고 더운 날 쫓아와 다시 나를 불러준 마음도 참 좋았다.
특별한 하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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