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쯤이었다.
게임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알만한 회사에 지원을 했는데, 운이 좋게도 1차 면접을 합격하고 2차를 보게 되었다.
사실상 1차를 합격하면 큰 문제가 없다면 2차는 무난하게 합격하는 편이기 때문에 큰 걱정없이 면접을 보러 갔다.
그리고 이 면접은 내가 경험한 면접 중 최악의 1위가 되는 영광을 얻었다.
2차를 보기 전 1차 면접관 분들이 조금 머뭇거리며 귀띔을 해준 게 있었다.
2차가 조금 힘들거라고. 그 때는 그저 보다 어린 후배에게 격려차 해주는 말인줄 알았다.
2차 면접관은 3명이 들어왔다.
반팔티에 팔에 커다란 촌스러운 문신을 한 아트 디렉터와 경영쪽 실장? 그리고 한 명은 모르겠다.
학생 때 친구들 중에도 문신을 한 친구들이 많아서 딱히 편견은 없지만, 이 아트 디렉터의 문신은 보자마자 와 촌스럽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이 사람이 싫어서 그렇게 보인게 아니다. 하하
아무튼 면접이 시작되고 아트 디렉터는 내 작업물을 열심히 욕하기 시작했다.
작업물에 대해 욕하는 건 뭐 괜찮았다.
문제는 그 작업물을 시작으로 내가 이제껏 살아온 방향성에 대해 지적하기 시작했다.
나는 여기서부터 이 회사에 입사할 마음이 쥐똥만큼도 남지 않았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가볍게 무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앉아있던 경영실장?의 한마디
"안 통하네...."
도대체 나를 뭘로 생각 한걸까.
안 그래도 도대체 왜 저러나 하고 있던 와중에, 저 말을 듣고 확신했다.
아 연봉 후려치기 모션이구나.
그런데 안심하세요. 이미 입사할 마음은 사라졌으니까요 ;
역시나 마음대로 지껄이는 시간이 끝난 후 내게 연봉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너무 높은 연봉이고, 이 회사에서 너의 실력을 입증하면 그 때 생각해보자.
나는 어차피 갈 마음이 사라졌으며 말싸움을 해봤자
내 시간과 기분과 평판만 좋아지지 않을 게 분명하므로 적당한 대답으로 면접을 끝냈다.
그리고 우습게도 면접이 끝나자마자 바로 인사팀장이 들어와 연봉을 제시했다.
나는 먼저 물었다. 그럼 제가 2차 합격인건가요 ?
그건 아니라며 우물쭈물. 일단 연봉얘기를 해보자며 1500만원을 깎은 연봉을 제시했다.
죄송하지만 안될것 같다. 입사하지 않겠다 하니, 엄청나게 당황한다.
다음 주 수요일까지 시간을 줄테니 생각해보라고 한다.
??
- 아니 괜찮습니다. 저는 입사할 생각이 없으니 지금 바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 아니오. 다음주 수요일까지 생각해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입사 생각이 없으시면 다음 분에게 기회가 넘어갈거에요.
- ?? 그러니까... 그 다음분께 기회를 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 아니오. 다음 주 수요일까지 말씀 주세요.
- ... 제가 입사할 마음이 없어서요....
- 좀 더 생각해보시고, 다음 주 수요일까지 연락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어휴....; ) 아 네네;;; 알겠습니다 (이 사람 왜 이래;)
- 아, 그리고 혹시 2차 면접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을까요 ? 요즘 익명게시판에 저희 회사 글이 조금 올라오더라고요 . 그래서 신경쓰고 있습니다.
- 아.....(잠깐 고민하다가) 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좀 더 신경쓰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하하.ㅎㅎ
정말 욕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하지만 인사팀장이 무슨 죄가 있으랴.
다 눈치보느라 저런 거겠지.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사 후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세상에.
아까 그 문신 면접관과 같이 타게 되었다.
문신 면접관은 잘 계약했냐며 (뭔 헛소리) 세상 좋은 사람마냥 웃었다.
나는 아주 예의바르게 죄송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솔직히 여기서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말 줄 알았다.)
그러자 이사람은 아주 당황해서는
- 아니...내가 아까 면접볼때 그렇게 한 거는 ㅎㅎ 원래 면접이라는 게 그런거고
정신적으로 또 어? 이런걸 또 알아봐야하고.. 다시 생각해봐요 ㅎㅎ
- 아하 네 ^^...그런데 ...음~ 생각이 없네요ㅎㅎ
- 아ㅣ 어쩌구저쩌구 - 변명변명-
- 아 저는 여기서 내리네요... ㅎㅎ 안녕히가세요 ~
그래도 나름 큰 기업의 면접관 수준이 이 정도라니.참
그리고 우습게도 나는 다음 주 수요일에 전화를 걸어 입사할 의사가 없다고 또!!!!또!!!!! 말해야 했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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