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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_이것저것/주절주절

택시 기사님의 조언

by SOGUL 2023. 5. 30.

 

한 3년쯤 되었나. 술 먹는 게 취미이자 특기였을 때 였다.

퇴근 후 회사에서 사귄 친구들과 술을 새벽까지 마시고, 택시를 탔다.

집 방향이 같은 친구와 택시를 타서는 둘만 아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고민이 있었다.

같이 노는 무리 중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몇 번 회사밖에서 따로 만나기도 했는데 영 속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분명 내게 관심은 있는데 표현을 하지 않았다. 원래의 성격이 수줍음이 많은 편이었기에 헷갈렸다.

친구 역시 그 사람의 성격을 알기에 수줍음이 많은 건지, 마음이 애매한 건지, 그저 호의인지 헷갈려했다.

 

집 근처에 도착한 친구가 택시에서 먼저 내렸다.

그리고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창 밖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택시 기사님이 말을 걸었다.

"그...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요. 대화를 들어보니 드는 생각이 있네요.

내가 살다보니까, 그렇게 속마음을 말을 안 해주는 사람은 영 별로더라고.

몇 번 더 이야기해보고도 여전히 자신의 속마음을 말하지 않으면 그냥 만나지 마요. 그런 사람은 뭔가 ....영 별로더라고...."

 

술이 깨고 나서 생각해보니, 살짝 기분이 나빴다.

근데 그 기분 나쁨이 택시 기사님의 오지랖 때문인 것 같기도 , 정곡을 찔려서인 것 같기도 했다.

고민끝에 그냥 내 마음 가는데로 하기로 결정했다.

 

결론은 그 사람과 만나게 되었지만 같은 문제로 헤어졌다.

아무리 내 마음을 보여줘도 이 사람은 내게 마음을 말해주지 않았다.

그걸 꼭 말로 해야되냐는 이유부터, 별로 말로 하고 싶지 않다 등등

나와 대화스타일이 맞지 않았고, 마음을 들을 수 없으니 오해만 커지고 싸움이 잦아졌다.

헤어짐의 끝은 후련함이었다. 한 치의 아쉬움도 없었다.

 

지금 드는 생각은 어쩌면 택시 기사님은 내가 상처받지 않게 돌려말해 주신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단순히 그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말하지 않는 문제가 아니라, 내게 말을 해줄 애틋한 마음이 없어보인다는 걸.

후회는 하지 않는다. 직접 겪어보았으니 알게 되었으니까.

이런 스타일의 사람은 기사님에게도 내게도 영 별로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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